밤과낮 Night and Day

어느 해 여름, 눈만 뜨면, 다른 풍경, 다른 언어를 듣게 되기를 간절히 바라던 때가 있었다. 긴 여행을 떠났고, 돌아왔을 때에는 모든 것이 변해 있었다.
내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알 수 없었다. 끝도 없는 잠이 쏟아졌고 꿈과 현실 사이의 경계는 점점 모호해졌다.
과연 밤과 낮의 경계는 어디이며, 나와 너 사이의 경계는 어디일까? 풍경이나 사물을 보면서 우리는 낯선 것을 발견하기 보다 익숙한 자기동일성을 찾아 자동적으로 인식한다.
그런데, 닫힌 서랍 사이로 삐죽이 나온 헝겊 조각이 혓바닥처럼 보이기 시작하는 건 단순히 상상에 불과한 것일까?
말하지 않는 침묵 속의 얼굴은 추상화가 되고, 해석되지 않은 꿈 속 풍경은 닫힌 서랍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