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산책 그룹 16시 – ‘예술과 안방 사이’ 프로젝트, APAP 오픈 하우스, 안양, 2014

풍경산책 風景散策

프로젝트 컨셉
참여인과 함께 하는 프로젝트 “예술과 안방 사이” 라는 기획에 대해 가장 먼저 떠 오른 것은 ‘관계’에 대한 것이었다. 그것을 위해 내가 선택한 방법은 ‘책 만들기’이다.

우리는 모두 하루하루 특별할 거 없는 평범한 일상을 살아간다.
하지만 각자 자신에게는 특별한 삶의 이야기들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 만들기 프로젝트는 그것을 함께 나누고자 하는 의도를 담고 있으며,이런 과정을 통해, 스스로 몰랐던 ‘나를 찾아가는 여행’이 될 수 있기를 바랬다.

책 이라는 매체를 통해 대화를 나누고, 서로를 알아가고, 이야기를 만들고, 관계를 모색해 간다.


우리는 많은 대화를 나누었고, 진행하는 동안, 크게 세가지 키워드로 대화 주제를 좁혀 갔다. 첫째는, <춤>이다. 누구나 한번 쯤 마음에 품는 꿈과 열정에 대해서이다.
둘째는 <젊음>,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는 이십대로서 경험, 혹은 젊음이란 누구나 경험하지만 지나고서야 깨닫게 되는 시간에 대한 것이다.
세번째로는 <독립>인데, ‘책 만들기’의 본래 주제가 ‘나를 찾는 여행’ 이었다.
우리는 사회로부터, 가족으로부터 나 자신으로부터 자유롭고자 하며, 스스로를 가두는 것들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는 이 대화를 “뇌의 대화”라고 불렀다. 초반에는 메일이나 SMS 를 통해 질문과 답변 형식으로 대화를 진행하였다. 대화 도중 연상되는 이미지들과 글을 교환하는 방식들로 이야기를 풀어갔다.

대화를 진행하는 내내 책의 구성을 고민하였다.처음부터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다만 대화 내용을 문자 그대로 기술하는 방식이 아니면서,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무언가가 되길 바랬다.
그러다 떠오른 것이 춤으로 표현한 드라마였다.지금까지의 긴 대화를 하나의 퍼포먼스로, 풍경을 배경으로, 책을 무대로, 즉흥 공연을 시도했다.
때로 목적지 없는 <무작정 걷기>라던가,감정이나 생각을 말이 아닌 몸으로 표현하기는 언어 이상의 소통을 가능하게 한다.
<뇌의 대화>로 어느정도 서로에 대한 이해가 생기자 몸으로 표현하는 퍼포먼스는 기대보다 훨씬 유익하고 즐거운 시간이었다.우리는 때로 <말>속에 갇혀 있기도 하다.

전시오프닝
2014 안양 예.술.도.가. 프로젝트 :: Public Art & Archive- <예술과 안방 사이>

(좌) 오프닝 포스터 / (우) 오프닝 전경, 낭송

뚫고 싶다! 지붕을! 감옥을! 지금 바로 여기!
“당신에게 감옥이란 무엇인가요?”

-내 자신을 둘러싸고 있던 마음 속 특별함과 내 자신을 위해 무언가를 만들어 내려했던 자신에게 “그것은 너의 열정이 아니라,
욕심이고 너의 꿈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꿈이다”라고 한번 더 말해주고 싶습니다.

난 나로써, 그저 숨쉬는 생명으로서 가치있고 특별한 것이지 내가 만들어낸 춤이라던가,
인위적인 무언가가 나를 특별하게 만들어 줄 수 없다는 사실을 마음속에 한번 더 새깁니다.

-<뇌의 대화> 중 일부

풍경을 기억하는 방식은 얼굴을 기억하는 방식과는 다르다는 느낌이 든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 간다.
그 풍경을 걷고 또 걷는다. 그것은 여러 층 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움직이는 시간’이다.
참여인 김태우씨와 함께 한 책 만들기 프로젝트 <풍경산책>은 지금 바로 여기, 그리고 끊임 없이 흘러가는 시간속에서 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뇌의 대화>를 담은 즉흥 퍼포먼스는 하나의 풍경화가 되었다. 사계절이 변해가며 무대가 바뀐다. 칼라와 흑백으로 이루어진 풍경은 서로 마주하는 공간처럼 짝을 이루며 무한히 반복된다.
그것은 두 사람의 대화이기도,한 사람의 독백이기도 하다. <나와 타인> <세상의 안과 밖>은 서로 교차하며 하나의 풍경을 이룬다.

<예술과 안방 사이> 오픈 하우스의 전시장 풍경과 주변 풍경-안양시 동안구 비산동 1585 학운공원 내.

<전시장 풍경>
많은 사람이 종이에 담긴 풍경을 보고 갔다. 그것은 <안>이기도 하고 <밖>이기도 하다. 전시장 안 쪽엔 관람자에게 건네는 질문지가 놓여있다.
“당신이 평생 잊을 수 없는 추억의 장소의 장소는 어디인가요?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야기 하나,
<풍경 산책>은 일반인의 참여로 이루어진 책 만들기 프로젝트이다.
안양 시민을 상대로 모집 공고를 내었고, 익명의 참여인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만든 그림책이다.
관계를 만들어 간다는 것은 일종의 여행이다.

‘나를 떠나 먼 길을 걸어 너에게 간다.’ 그것은 다시 나를 만나는 길이며 동시에, 네가 되는 길이다.
목적지 없는 여정에서 우리는 때로 방향을 잃고 헤매기도, 되돌아 갈까 망설이기도, 혹은 잊을 수 없는 추억들을 만들기도 한다.
7월의 녹음이 붉은 단풍이 되기까지 짧은 시간이었지만, 우연히 만난 타인과의 산책길은 그렇게 뜻 하지 않은 길들을 만들어 가면서 스스로 풍경이 되었다.

작가, 정희정

이야기 둘,
우리는 공원에서 처음 만났다.
모집 안내를 하던 작가님의 겉모습은 그냥 평범한 아줌마였다. 평소, 예술에 관심이 많던 나는 호기심에 프로젝트에 임할 것을 승낙하였다.
이야기를 통해 점점 친해지면서, 나의 아픔과 가정의 아픔, 재능과 비전, 춤과의 만남을 이야기했다.
내 마음 속 이야기를 꺼내는 게 힘들긴 했지만 편하게 대화를 유도해 줘서 좋았다. 초반엔, 서로의 생각을 사진이나 메일로 주고 받았다. 생소하고 신기하기도 하여 재미있었다.

예술이란게 그저 멀리만 있는게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계속해서 만남을 이어가며 대화를 가졌고, 촬영을 통해서 같이 예술 작업에 참여한다는 것이 흥미롭고 신기했다. 직접 나의 몸을 이용하여 작업에 구체적으로 참여하니까 예술이 그리 어려운 것은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같이 촬영 작업을 하면서 나의 마음속에 있는 아픔이나 분노를 표출해 봄으로써 작업의 재미가 더 해졌다.
또한, 나를 표현하고 예술을 실천한다는 것에 거리낌이 없어지고 즐거웠다.
나의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털어놓는 것과 그것을 예술로서 함께 작업할 수 있었다는게 가장 즐거웠던 경험이었다.

참여인, 김태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