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극장>

정희정 4회 개인전 <개인극장>에 대한 소고, 임종은

정희정 작가가 꿈과 현실의 경계, 내면과 외면의 풍경이 교차하여 안과 밖이 구별의 의미가 모호해지는 것 등을 사진, 영상, 회화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지속해서 다루어 왔다. 그리고 이번 4회 개인전 <개인극장>을 통해 <밤과 낮>, <청산별곡> 등의 사진 시리즈나 이전 영상 작업을 통해 탐구하고 구축한 자신의 작업 세계를 심화하고 재구성하고자 했다. 작가가 기획전시와 개인전으로 선보였던 다양한 이미지를 영상작업을 통해 꽤 오랜 시간 자문하게 된 문제를 다루고자 했다.

집안의 방과 망망대해의 섬은 조건, 환경, 면적, 개폐 여부 등 수많은 이유로 시선과 정서가 다른 방향으로 향하게 될 것으로 생각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오히려 반복되는 영상 속 망망해대가 제공하는 모순된 고립감과 대상의 참이나 거짓의 구별을 필요로 하지 않고 논리나 규칙을 따르지 않고 연상되는 이미지들로 차오르고 매워져가는 방의 낯설음은 두 영상 작업의 묘한 비현실적인 분위기나 톤의 유사성을 부연하지 않더라도 맞닫게 되는 정서를 느낄 수 있다.

관객으로 하여금 정희정이 자신의 문제에 대한 질문과 답에 접근한 방식으로 가장 먼저 드러낸 것은 작품에 담겨있는 상반된 공간을 다루는 것이다. 전시장의 두 면의 경계인 모서리를 두고 마주 보는 영상 작업은, 가장 사적이고 은밀하다고 여겨지는 실내의 방과 멀리서 보는 듯 시야가 넓게 확보된 전경이다. ‘붉은 방’(2016, 영상설치, 반복재생)은 폐쇄된 실내이지만 어디선가 수상한 것이 계속 튀어나올 것 같은 장면이, ‘벌거벗은 섬’(2016, 영상설치, 반복재생)은 섬과 바다를 비롯하여 이런저런 사연이 있을 것 같은 요소로 가득 찬 풍경으로 이루어져 있다.

집안의 방과 바다 한가운데 섬은 조건, 환경, 면적, 개폐 여부 등 수많은 이유로 시선과 정서가 다른 방향으로 향하게 될 것으로 생각될 수도 있다. 하지만 오히려 반복되는 영상 속 망망대해가 제공하는 모순된 고립감과 대상의 참이나 거짓의 구별이 필요로 하지 않고 논리나 규칙을 따르지 않고 연상되는 이미지들로 차오르고 매워져 가는 방의 낯섦은 두 영상 작업의 묘한 비현실적인 분위기나 톤의 유사성을 부연하지 않더라도 맞닿는 정서를 느낄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흥미로운 것은 두 작품이 각각 요구하는 시선의 이동과 흐름으로(관람객의 시선이 고정되어 있어도 영상작품이 상영되어 생성되는), 이것을 의식하며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벌거벗은 섬’의 경우, 편집과 상영 방식을 그림으로 비유하면 가로로 매우 긴 그림이다. 영상작업을 보는 사람은 마치 바닷물결을 따라 흘러가며 섬과 그 속의 여러 장면을 보게 된다. 이것이 만약 그림이라면 어떤 대상을 한 번에 한 눈으로 볼 수도 알 수도 없으니 유유히 전개되는 순서대로 보며 다음 장면을 기다려야 한다. 자연을 한눈에 담을 수 없는 인간 시각의 한계와 감상의 유희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매력이 있다. 반면에 ‘붉은 방’은 주택의 구조라든가 방에 대한 일상적 경험과 감각으로 모든 것이 파악될 것 같은 한정된 공간이지만 공간이 영상 속에서 여러 기묘한 사물의 꿈틀거리는 이미지들은 정희정 작가의 개성이라고 할 수 있는 독특한 분위기와 어울려 공간을 매우 비현실적으로 확장한다. 이것은 마치 작업이 요구하는 시선의 움직임이 현실 세계의 감각과 인식으로 구축된 의식으로 파악하지 못하는 어떤 한계를 영상이라는 매체를 통해 비유하고 그 이면을 암시하는 듯하다.

기존 작업을 통해서 알 수 있듯이 정희정은 자신의 고유한 조형언어를 구축하려고 시도했고, 이번 전시에서도 역시 작가는 주변과 생활에서 즉흥적이고 감각적으로 채집한 디지털 사진 이미지를 통해 일관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강렬하고 그로테스크한 회화적인 분위기의 독특한 색채 변화나 형태의 우연한 결합, 겹침, 반복 등의 변형을 하거나, 반대로 이러한 과정이 없이 사진으로부터 고려되는 혹은 제공되는 것들 즉, 일조 때문에 만들어진 풍경의 비현실감, 방치된 공간이나 사물 등의 피사체가 풍기는 서늘함 등을 이용하고 조장한다. 이것은 현실 세계와 작업 속 이미지 사이의 그 관계에 대한 그녀의 질문과 가정이다. 작품 이미지의 비현실성과 현실에서 채집된 이미지의 사진이라는 과정과 결과를 인식하는 것 사이에 일종의 긴장감이 형성되기도 한다. 사실 별다를 것이 없는 일상적인 환경 속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풍경으로부터 수집된 이미지의 정체를 알아보는 것이 어렵지는 않지만, 섬과 방이라는 공간에 심어 놓은 이미지들로 작가는 현실에서의 경계를 긋고 낯섦을 과시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어둠, 혼란, 환상, 죽음 등과 같은 것으로 유도하기도 한다.

사실 정희정 작가의 작업은 초현실적인 수사를 가지고 있고, 작품을 감상하며 이를 눈치챌 수 있다. 또한, 그녀와의 짧은 대화에서 작가는 자신의 이미지가 함유하는 상징과 이미지 등의 단서를 언급하거나 제공하고 싶어 하지 않는 듯했다. (다만 같은 이미지도 장면마다 다른 의미를 가질 수도 있다고 설명하는 정도이다) 그렇다고 작가가 고민해 온 분명한 모순적 상태를 반대하거나 분석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에게 작업을 통해 의식의 세계로 이미 들어온 후 불필요하고 다분히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해설을 강요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것은 마치 꿈이나 환영에서 나타난 이미지가 의식 속에서 해석되기도 하지만, 결국 상징과 이미지가 일종의 틈과 경계에서 맴돌아 계속 되뇌는 과정에서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의 무의미함을 경험적으로 드러내는 순간과 비교해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