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호경과 인터뷰 중 일부
문호경 : 작가님은 낮과 밤 중, 어느 시간을 더 좋아하시나요?
제게 밤과 낮은 구분된다기보다는 낮 속에 밤이, 밤 속에 낮이 포함되어 있다는 느낌에 가까워요. 빛의 조도에 따라 달라 보이는 풍경처럼요.
낮의 명료함 속에 숨은 비밀스러운 장면, 밤의 불투명함 속에 드러난 사건을 목격할 때마다 그 구분은 더 모호해집니다.
<벌거벗은 섬>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등장합니다. 이전 사진 작품들에서 볼 수 있는 작가님의 모습도 있고요. 인물들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처음에 그린 풍경에는 사람들이 없었어요.
무심히 사람을 그려 넣었는데 풍경이 갑자기 그럴 듯해 보였어요. 저는 이것이 풍경을 보는 방식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무의식을 발견한 프로이트가 의식이라는 것이 처음부터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내면화에 의한 파생물이라고 했듯이 풍경의 발견을 위한 장치로 인물들을 배치한 것입니다.
제 모습을 재현한 인물이라기보다는 마치 잠 속에서 인과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미지를 보지만 눈 뜨면 기억나지 않는 장면에 가까워요.
<벌거벗은 섬>에서 낮보다는 밤에 사람들이 더욱 활발하게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보통 밤에는 잠을 자기 때문에 비교적 활동이 적다고 여기지만 지구를 수십 바퀴 돌았던 생생한 기억이 있어요, 움직임의 조건을 달리하면 밤은 무한히 열려 있어요.
작품에 포함된 여러 가지 요소 중, 가장 애정/애착이 가는 장소(또는 장면) / 사물(건물, 물건, 자연물 포함) / 인물은 무엇(누구)인가요? 이유는요?
저에게 풍경을 바라본다는 것은 어떤 분위기를 읽는 것입니다.
그것은 장소나 사물 혹은 인물이 분리되어 있는 게 아니라 유기적으로 연결된 하나의 장면에 가까워요.
그것은 개별 요소만으로 성립하지 않는 냄새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