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 이진실
오래된 집, 낯선 풍경, 그리고 돌림노래에 관한 물음들
정희정 작가는 회화, 사진, 영상 등의 매체를 통해 꽤 오랫동안 어떤 풍경을 이야기해왔다.
그 풍경을 굳이 규정하자면 ‘도시의 풍경’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풍경에서 등장하는 건물, 창문,공터, 숲의 모습은 꽤 인위적이다.
여기서 ‘인위적’이라는 함은 단순히 자연에 대비되는 인공물, 주택, 건설이나 재개발 현장을 찍거나 보여준다는 점에서라기보다, 어떤 인상이 의도적으로 강조된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정희정의 사진, 영상들에서 풍경은 소실점이 분명한 원근법이거나 시선의 초점이 명확히 드러나는 구도 속 장면들인데,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굉장히 강렬한 사진의 하이라이트와 색조다.
이 톤과 색조 때문에 풍경들이 몽환적으로 느껴지기도 하는 한편, 이제 막이 오르는 연극 무대와 같은 분위기를 발산한다.
놀이터에 버려진 커다란 분홍색 토끼 인형, 재개발로 베어나가 도로의 중앙분리대처럼 널브러진 나무들은 분명 작가가 의도한 것도, 첨가한 것도 아닌 발견된 사물들이지만,
그것을 포착한 사진에는 어떤 인상을 강조하고자 하는 의지들이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하지만, 이를 섣불리 ‘작위적’이라 부를 수는 없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이를 작가의 감정적/의식적 투사(projection)라고 간단히 치부할 수도 없다.
투사된 안팎
작가 스스로 강조했듯이, 분명 정희정에게 ‘풍경’이란 관조의 대상이 아니라 맞닥뜨리는 그 무엇일테다.
낯선 도시를 걸을 때, 익숙한 골목길을 걸을 때, 기시감이 드는 어느 집 안을 들어설 때 돌연 몰려오고, 엄습하는 풍경.
그 풍경이 어떤 사적 기억이나 경험에서 비롯했는지 우리는 알 수 없지만, 거기에는 대개 불쾌하거나 소름끼치는 무언가 스며들어있다.
2013년 개인전 무렵부터 정희정은 황혼녘의 붉은 빛, 혹은 푸르스름한 밤의 기운 가운데 낡은 아파트 놀이터나 공터, 유휴지, 재개발의 풍경 등을 사진으로 보여줬다.
그 사진들은 유형학적인 탐구도, 역사를 기록하는 아카이브도 아닌데, 오히려 어떤 사건을 예감하는 분위기를 창출하는 선연한 구도나 명암 때문에 마치 영화의 스틸 사진이나 연극 무대처럼 보인다.
이러한 무드의 작위성은 쉽게 ‘키치적’인 시도로 읽힐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그 연출 방식이 키치적이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그 효과를 통해 또 다른 의미를 노린 작가의 전술이라고 타진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모든 이미지들은 그것을 제작한 작가의 감정적 투사물인 동시에 세계의 희미한 진실을 담고 있으며, 정희정의 작업 또한 그러할 것이다.
그런데 이 사진들은 이 둘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동시에 둘 사이에서 줄타기를 한다.
말하자면, 그녀의 이미지가 보여주는 작위성은 세계 그 자체가 ‘작위적’이라는 것을 발견케 하는 기이한 리얼리즘이라고 할까.
하지만, 순간 발을 헛디디면 키치로 전락할 수도 있는 위험을 안고 말이다.
거듭 출몰하는 공간
정희정은 <살과 거울>(2020)이라는 영상 작업에서 자신이 경험하는 공간을 ‘살’과 ‘거울’이라는 모티프로 설명한 바 있다.
거울은 평평하고, 무관심하고 무차별적이고 말끔하다.
이것이 도시의 겉모습이자 제도적 공간에 대한 은유라면, 작가는 우리를 에워싸는 그 거울과 같은 공간이 사실은 질척이는 접촉들이 발생하는 ‘신체공간’임을 이야기한다.
방해받지 않고자 하는 욕망으로 넘치는 동시에 끊임없이 침투해오는 자극의 도가니로서 도시.
작가는 도시라는 매끈한 공간의 역설적인 이면을 보여주고자 유령 같은 인물들을 출몰시키고, 뭔가 수색 중인 것 마냥 카메라를 돌려댄다.
줌인과 줌아웃을 거듭하고, 야밤에 체조하는 가면 쓴 인간들이 등장하는 기묘한 영상 작업은 그 실체를 알 수 없는 불안과 강박을 전달한다.
정희정의 작업에서는 가면이나 인형이 계속 등장한다.
<붉은 방>(2017), <검은 집>(2021), <즐거운 나의 집>(2021)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구식 인테리어의 집안, 여자 아이 인형, 이불을 뒤집어쓴 여자(?),
거울에 비친 각시탈 등은 다소 모호하지만 한결같이 과거 시간의 애착과 공포를 표출하는 듯하다.
그것들이 우글거리는 집은 애착의 대상이자 공포의 대상으로서 정희정의 작업들에서 거듭 귀환한다.
집은 가장 친숙하고 편안한 장소지만 언제고 숨막히는 곳으로 변모할 수 있다.
이는 보편적 진실이기도 하지만, 지금 ‘집’에 대한 여성작가의 이야기라면 한국의 30-40대 여성들이 지닌 경험의 특이성이 있을 것이다-아니, 있어야 한다.
한편, 은신처이자 안식처인 집이 죽음이나 악몽이 깃든 곳이 될 수 있다는 양가성은 상업적인 공포 영화의 코드에서도 흔히 발견되는 클리셰다.
결국 이러한 모티프들을 사용한다면, 결국 어떤 이야기인가, 어떤 특이성인가가 관건이 될 것이다.
작가는 지난 해 9월 선미촌에서 열린 ‘페미니즘 예술제’에서 영상 작업 <꿈의 알레고리>(2022)를 선보였는데, 이 또한 과거 작업들을 재배치하고 종합한 성격이 짙다.
성매매 업소 자리였던 건물의 한 방에서 이러한 ‘집’의 재현은 여성적 맥락에서 분명 은밀하고도 폭력적인 정동과 맞물릴 만한 것이긴 하다.
하지만 폐허가 된 성매매 집결지는 지극히 ‘말할 수 없는’, ‘침묵하는’ 공간이고, 가장 모순적인 삶의 편린들이 말끔히 세탁되고 치안화된 그 자리에서 ‘집’과‘악몽’의 사적 모티프들은 겉돌 수밖에 없다.
정희정은 팔복예술공장에서 머무르며 주변의 풍경을 담아낸 사진 시리즈 <팔복>(2023)과 <바람의 집>(2023), <리듬 풍경>(2023)이라는 두 편의 영상 작업을 제작했다.
이주민노동자들이 일하는 주변 공장들과 소박하게 채색하고 덧댄 전주의 골목 주택들을 마주하며 작가는 이전과는 꽤 다른 정동을 표출한다.
<바람의 집>(2023)은 ‘귀환’에 대한 다소 서정적이면서도 아이러니한 소회를 드러낸다.
영상은 다음과 같은 내레이션으로 시작한다. “양탄자를타고 하늘을 날았다. 바람을 타고 주마등처럼 풍경이 지나갔다.
한참을지나 도착해서 보니 집이다. 내가 처음 출발했던 그곳. 소름이 돋은 채 눈을 떴다. 꿈이었다.”
3분 쯤 지나면, 톤이 확 바뀌면서 콜라주 애니메이션이 다시 등장한다.
여기서도 과거 ‘집’ 이미지들이 돌아온다.
같은 이미지의 중복적인 사용은 각각 작품들이 독자적으로 보이지 않게 만들고, 때로는 불성실하게 비칠 수 있는 요인이다.
전작들과의 연속성을 확보하는 것은 같은 이미지의 사용이 아니라, 주제와 이야기가 변주되고 확장되는 데에 있다.
집에 대한 테마에서 ‘유년의집’ (작가 자신이 진짜 유년시절을 보낸 집은 아니지만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오래된 집)이 또다시 등장하는 것, 이 돌림노래는 왜 계속되는 것일까?
유령은 누구인가
6분 짜리 영상 작업 <리듬 풍경>(2023)은 팔복예술공장의 전신인 팔복동 산업단지에서 일했던 홍명희씨의 목소리로 시작된다.
작가는 이 목소리를 팔복예술공장 아카이브에서 발견했다고 한다.
1979년 팔복동 산업단지 내 이 자리에는 카세트테이프를 제작하는 ‘썬전자’가 있었다.
80년대 말 썬전자는 CD와 MP3에 밀려 위기를 맞이하고 공장주는 공장폐쇄를 단행했다.
1987년 전주 산업단지의 노동 투쟁을 이끈 대표적인 노조 가운데 하나가 ‘썬전자’ 노조였으며, 결국 공장은 쏘렉스로 사명을 개명했지만, 1992년 문을 닫았다고 한다.
팔복예술공장 굴뚝에는 여전히 희미하게 쏘렉스라는 글씨가 보인다.
카세트 테이프라는 매체가 담았던 시간성과 유튜브 숏폼이 하루종일 재생되는 시간의 이격이 무색하다.
아카이브에 기록된 홍명희씨의 목소리에는 어린 여공이 언니들과 함께 싸우며 노동운동에 눈을 뜨게 되는 계기, 투쟁에 대한 기억, 수십 년 후 돌아와 본 팔복동에 대한 애틋한 소회가 담겨 있다.
목소리는 낡은 철도 신호기, 화물열차가 서서히 지나는 북전주선 철길, 어스름한 산업단지의 모습 위로 흐른다.
후반부에는 붉은 작업복을 입고 하얀 가면을 쓴 퍼포머가 적막한 밤거리에서 춤을 춘다.
작가는 팔복예술공장 주변을 거닐며 느낀 묘한 이질감, 시대착오적이면서도 기이한 부조화를 주목했고 이를 어떤 리듬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낮과 밤의 다른 풍경, 30년 새 바뀐 노동자들과 주민들의 모습, 이 모든 것을 지금 이 공간의 정체성이라고 한다면, 정희정은 이러한 공간적 정체성을 “시간적 파열로 그려보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 파열은 회고와 불안 사이를 오간다.
특히, 퍼포머의 무작위적인 움직임, 탈춤과 비슷한 몸짓, 불안한 것처럼 두리번거리며 다리를 떠는 동작 등은 파열보다는 불안과 소외라는 감각으로 쉽게 수렴되어 버린다.
여러 질문들이 떠오른다.
여기에 등장하는 불안의 몸짓은 무엇에 대한 불안이며, 누가 느끼는/생성하는 리듬인가.
적막한 밤거리를 홀로 걷는 여자들에게 불안은 어쩌면 일상적인 것이지 않은가,
그렇다면 팔복동의 밤거리는 무엇이 다른가.
여기서 외부/바깥은 작가 자신인가 아니면 그곳에서 살고 일하는 자들인가.
왜 작가는 지나치는 (이주민)노동자들과 주파수의 대역폭이 다르다고 여긴 것일까.
여기 배회하는 유령의 정체란 과연 무엇일까.
진짜 배회하는 이는 누구인가.
Critic Lee JinSil
Exploring the Past: Unraveling the Mysteries of Old Houses, Enigmatic Landscapes, and Circular Canons
Artist Jeong Hee-jung has long been engaging in a visual conversation about particular landscapes through various mediums, such as paintings, photographs, and videos.
If one were to define these landscapes, it could be aptly described as the ‘urban cityscape’.
The scenes depicted in her work often feature elements such as buildings, windows, empty lots, and patches of forest, all of which carry a distinct air of the artificial. In Jeong’s works,
the term ‘artificial’ transcends the simple notion of capturing or displaying man-made structures like houses, construction sites, or redevelopment areas in contrast to the natural environment.
Rather, it refers to her intentional emphasis on a specific impression or atmosphere that pervades her cityscapes.
In Jeong’s photographs and videos, the landscapes often feature clear vanishing points or compositions with distinct focal points. However, what stands out most prominently
in her work are the striking highlights and hues that imbue her art. These tones and colors lend a dreamlike quality to the scenes while simultaneously evoking an atmosphere reminiscent of a theater stage just before the curtain rises.
Notable objects captured in her work, such as an abandoned oversized pink rabbit in a playground or trees sprawled across the median of a road exposed by redevelopment, are neither intentionally placed nor artificially added by the artist.
Instead, they are discovered and captured in her photographs, revealing a deliberate emphasis on certain impressions.
Despite this, one cannot hastily label her work as ‘contrived’.
Similarly, it would be an oversimplification to dismiss her art as merely a projection of the artist’s emotional or conscious thoughts. Hee-jung’s compelling compositions showcase an intricate interplay between the tangible and the ethereal,
inviting viewers to delve deeper into the complexities of urban landscapes. Her mastery of color and tone adds an enigmatic layer to her work, blurring the line between the real and the imagined.
This artistic approach resists easy categorization, as it transcends the boundaries of mere contrivance or projection, offering a thought-provoking exploration of the multifaceted nature of cityscapes and the human experience within them.
The projected inside and outside
As the artist herself emphasizes, it is evident that for Jeong Hee-jung, ‘landscape’ is not merely an object of contemplation but rather something she encounters and confronts head-on.
This sudden onslaught of scenery arises when walking through unfamiliar cities, strolling down familiar alleyways, or stepping into a house that evokes a sense of unease.
Although we cannot pinpoint the exact personal memories or experiences that may have influenced her perception of these landscapes, there is often an underlying sense of discomfort or eeriness that permeates her work. Since her solo exhibition in 2013,
Jeong has been presenting photographs of landscapes featuring old apartment playgrounds, empty lots, idle lands, and redevelopment sites, all bathed in the reddish hues of twilight or the bluish tinges of nightfall.
These images are neither typological explorations nor historical archives; instead, they evoke a sense of anticipation for an impending event, thanks to their carefully composed framing and dramatic interplay of light and shadow.
This results in a visual aesthetic that resembles stills from films or theatrical stages.
The artifice of such a moody atmosphere could easily be perceived as a ‘kitschy’ attempt.
However, one could also argue that the artist, fully aware of the kitsch-like quality of her approach, employs this method as a tactic to convey an entirely different meaning.
All images inherently contain both the emotional projections of the artist who created them and faint glimpses of the world’s truths, and Jeong’s work is no exception.
Yet, her photographs explicitly reveal both aspects while delicately balancing between the two, as if walking a tightrope.
In essence, the artifice presented in her images uncovers a peculiar realism that suggests the world itself is ‘contrived.’
Nonetheless, this approach carries an inherent risk, as a single misstep could result in her work being dismissed as mere kitsch. By navigating this fine line,
Jeong Hee-jung’s art compels us to examine the constructed nature of the world around us, offering a thought-provoking exploration of the interplay between perception, memory, and the urban landscapes that both captivate and unsettle us.
In recent works, Jeong Hee-jung’s art has evolved from capturing spontaneous moments to employing more assertive compositional techniques.
Notably, she actively utilizes digital screens and collage formats to evoke a surreal atmosphere reminiscent of subconscious imagery, while also incorporating performance and narration, experimenting with formats akin to essay films.
In collage films like “The Red Room” (2017) and works such as “Phantasmagoria” (2019), “My Joyful Home” (2020), and “The Black House” (2021),
Hee-jung’s landscapes seem to have shifted their focus from the broader urban spaces of the ‘city’ to the private and intimate realms of ‘home.’
However, the spatial imagery of the ‘interior’ and ‘exterior’ in these scenes does not appear to have changed significantly.
Whether it’s the interiors of living rooms, kitchens, and bedrooms, or the exteriors of hillsides and streets, all are imbued with distinct chiaroscuro and cast in eerie shadows.
These spaces resemble places where something could happen or where an event has already transpired.
They evoke scenes-whether trivial or critical-that might linger in the memories of any Korean woman who grew up experiencing puberty rites, filled with a bitter and violent energy, from familial violence toencounters with threatening figures in the neighborhood.
Hee-jung’s landscapes seem to gradually transform from witnessing the ‘artificiality’ inherent in urban spaces into screens of memory laden with suffocating nightmares and anxiety.
The term “phantasmagoria,” as an old illusory screen, refers to the enchanting power of images that captivated people in the 19th century with the emergence of capitalism. However, in Hee-jung’s “phantasmagoria,”
there is an indication of submerged anxiety and memories of the female subject operating beneath the sweet spatial illusions of ‘city’ and ‘home’ in contemporary society, summoning the uncanny reality and spatial nightmares. In essence,
Jeong Hee-jung’s landscapes are not a world observed from a distance, whether indoors or outdoors. Instead, they manifest as the internal visuality submerged in memory-a projection of the ‘gaze’ that surrounds the subject and intertwines with memory.
Her works explore the interplay between the physical and the psychological, challenging our perception of the spaces we inhabit and the memories that define our experiences.
The repeatedly appearing spaces
In her video work titled “Flesh and Mirrors” (2020), Jeong Hee-jung employs the motifs of ‘flesh’ and ‘mirrors’ to describe the spaces she experiences. Mirrors are flat, indifferent, indiscriminate, and pristine.
If this represents the surface appearance of urban spaces and serves as a metaphor for institutional spaces, the artist suggests that the mirror-like spaces surrounding us are, in fact, ‘bodily spaces’ where sticky interactions occur.
The city, brimming with desires for undisturbed privacy, is a crucible of incessant, penetrating stimuli.
To reveal the paradoxical underbelly of these smooth urban spaces, Hee-jung introduces ghostly figures and maneuvers her camera as if searching for something.
Through repeated zooming in and out, her enigmatic video work features masked individuals performing exercises in the dead of night, conveying an unsettling sense of anxiety and compulsion with an elusive essence.
In Jeong Hee-jung’s work, masks and dolls frequently make an appearance. In pieces such as “The Red Room” (2017), “The Black House” (2021), and “My Joyful Home” (2021), the recurring elements of vintage interior spaces, female child dolls, a woman(?) covered with a blanket,
and reflections of traditional Korean masks in mirrors seem to ambiguously yet consistently express attachments and fears of the past.
These spaces, teeming with such objects, serve as both objects of attachment and fear, repeatedly returning in Hee-jung’s works.
A home is often the most familiar and comfortable space, yet it can transform into a suffocating place at any moment. While this is a universal truth, if the story being told is about a ‘home’ from the perspective of a female artist,
it is likely to carry the unique experiences of South Korean women in their 30s and 40s—indeed, it should.
On the other hand, the dual nature of a home as both a refuge and a resting place and a space haunted by death or nightmares is a cliché commonly found in commercial horror films.
Ultimately, the use of such motifs raises the question of what story is being told and what uniqueness it possesses.
Hee-jung showcased her video work, “Allegory of Dreams” (2022), at the Feminism Art Festival held in Seonmi Village last September, which strongly reflects a reorganization and synthesis of her past works.
The reenactment o such a ‘home’ in a room of a building that once housed a prostitution establishment certainly intertwines with the subtle and violent dynamics in a feminine context. However,
the ruined gathering place for prostitution is an extremely ‘unspeakable’ and ‘silent’ space, and the private motifs of ‘home’ and ‘nightmares’ can’t help but merely skim the surface of the most paradoxical comforts of life,
which have been neatly laundered and sanitized in that very location.
Jeong Hee-jung created a photo series titled “Palbok” (2023) and two video works, “House of Wind” (2023) and“Rhythm Scenery” (2023), while staying at Palbok Art Factory, capturing the surrounding landscape.
Confronting the modestly painted and decorated alley houses in Jeonju and the nearby factories where migrant workers labor, the artist expresses quite different dynamics from her previousworks.
“House of Wind” (2023) reveals a somewhat lyrical yet ironic reflection on ‘return.’ The video begins with the following narration: “I flew in the sky on a carpet.
Riding the wind, the scenery passed by like a carousel. After a while, I arrived at a house.
The place where I first started. I opened my eyes, shivering. It was a dream.
”About three minutes in, the tone changes abruptly, and collage animation reappears.
Images of past ‘home’ also return here. The repetitive use of the same images can make each piece seem less independent and, at times, give off an insincere impression.
Securing continuity with previous works lies not in using the same images but in the variation and expansion of themes and stories.
In the theme of ‘home,’ the recurring appearance of the ‘childhood home’ (not the actual house where the artist spent her childhood but an old house that continually appears) raises the question: why does this cycle continue?
The question of who the ghost is
The 6-minute video work “Rhythm Scenery” (2023) begins with the voice of Hong Myung-hee, who once worked at the Palbok Industrial Complex, the predecessor of Palbok Art Factory. The artist found this voice in the archives of Palbok Art Factory.
In 1979, at this location within the Palbok Industrial Complex, there was a cassette tape manufacturer called ‘Sun Electronics.’ By the late 1980s, Sun Electronics faced a crisis as CDs and MP3s became dominant,
and the factory owner eventually decided to close it down. One of the prominent unions that led the labor struggle at the Jeonju Industrial Complex in 1987 was the ‘Sun Electronics’ union.
The factory changed its name to Solrex but eventually closed its doors in 1992. The word Solrex canstill faintly be seen on the chimney of Palbok Art Factory.
The temporality captured by cassette tapes and the disparity of time, where YouTube short-form videos play all day long, become insignificant.
The voice of Hong Myung-hee, recorded in the archive, contains the experience of a young female worker who becomes involved in the labor movement while fighting alongside her older colleagues, memories of the struggle,
and her heartfelt reflections on returning to Palbok after several decades. Her voice flows over the old railway signal, the slow-moving freight train on the north-jeonju line, and the twilight landscape of the industrial complex.
In the latter part of the video, a performer wearing a red jumpsuit and a white mask dances in the eerily silent streets at night.
The artist noticed a strange sense of alienation, anachronism, and bizarre disharmony while walking around the Palbok Art Factory and wanted to express this through a certain rhythm.
The different scenery between day and night, the changing faces of the workers and residents over 30 years-if all of this is considered the identity of this space, Jeong Hee-jung says she “wanted to depict it as a temporal rupture.
”However, this rupture oscillates between retrospection and anxiety. In particular, the performer’s random movements, gestures resembling a mask dance, and actions like nervously pacing around and shaking their legs,
converge easily into a sense of anxiety and alienation rather than a rupture. Several questions arise.
What is the source of anxiety in these movements, and who is experiencing/creating this rhythm?
For women walking alone on desolate streets at night, isn’t anxiety a part of their daily lives, and if so, what’s different about the streets of Palbok-dong? Is the external world referring to the artist herself or the people living and working in that place?
Why did the artist consider the (migrant) workers and the bandwidth of the frequency to be different? What is the true identity of the wandering ghost here? Who truly is the wander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