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연호 전시기획
정희정의 『개인극장』은 잠재된 무의식과 실제의 경험이 충돌하는 제3의 구역을 가시화한다. 개인이 ‘자기’를 반영한다면, 극장은 ‘공공성’을 뜻한다. 그렇게 개인의 무의식과 공중의 경험일 수도 있는 기억의 파편들은 「붉은 방」과 「벌거벗은 섬」에 산발적이고 무작위적인 사물의 모습을 한 채 금지된 욕망을 드러내는 언표로 등장한다. 「붉은 방」이 무의식적 소망이 드러난 작품이라면, 「벌거벗은 섬」은 정희정이 본 현실의 풍경을 대변한다. 정희정은 그림의 원료들을 경험한 사건들, 꿈사고, 육체의 욕망에서 가져와 새로운 상상적 이미지로 만들어낸다. 그녀는 이런 상상적 이미지들을 시각적 이야기로 나타내는데 있어 전통 회화기법, 사진몽타주, 디지털사진, 사진채색, 무빙, 웹 등 다양한 기법을 혼합한다. 즉, 정희정의 작품을 통해 우리는 전통에서 새로운 기계미술의 기술을 다양하게 익히고 표출하려는, ‘그림을 그리는’ 오늘날의 충실한 화가로서의 자세를 엿볼 수 있다. 예부터 화가들은 기계에 예민하게 반응해왔다. 인물과 풍경을 더 섬세하게 그리기 위해 카메라 옵스큐라를 그림 도구로 활용하고, 사진 기술의 발명으로 순간을 포착하는 화풍을 유행시켰으며, 시네마토그래피에 영향을 받아 ‘움직임’을 표현하는 키네틱아트도 발현시켰다. 「붉은 방과 「벌거벗은 섬」은 이러한 의미에서 더 흥미로운 작품이다. 자기 자신을 기록하고 담아내는 데 있어 ‘무엇이 가상이고 실제인지’ 밝히지 않는, 오늘날의 ‘개인성’을 탐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자신에게 내재해있는 잠재되고 읽히지 않는 기억의 파편들을 꺼내놓는다. 그것은 가상일수도 실제로 일어난 일 일수도 있다. 어느 미디어에서 본 것 일수도, 인터넷 서핑을 하다 본 것 일수도, 꿈속의 이미지일수도 있다.「붉은 방」이 이러한 개인의 무의식을 재현의 이미지로 풀어놓은 것이라면, 「벌거벗은 섬」은 자신이 섞여있는 공중의 무의식을 꺼내놓는다. 그렇게 『개인극장』은 방과 섬 사이에 비물질로 존재하는 제3구역을 소개한다.